내 이야기/학원 강사

학원 강사 4개월 차 후기(2)

딩보 2024. 5. 3. 23:25

처음 이 일을 하게 됐을 때부터 지금까지도 나는 학생들을 어떻게 대하는 것이 좋을지 어떤 방식으로 수업을 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가장 많은 도움이 될 지 고민이다.

초반엔 재밌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학창 시절을 떠올려보면 재밌는 수업에는 항상 집중을 하게 됐다. 그래서 세대차이가 크지 않은 점을 이용하여 유행하고 있는 밈을 주고받으며 친해지려 했다. 그렇지만 난 그닥 웃긴 사람이 아니었고 아이들에게 난 그저 젊은 선생님이었던 거 같다. 재밌는 수업을 할려고 나름 애썼지만 쪼렙 강사인 나는 재밌거나 수업을 하거나 둘 중 하나밖에 할 수 없었다... 좀 친해져서 장난을 막 주고 받을 수 있게 된 친구들은 점점 선을 넘으며 수업 흐름을 제 입맛대로 가져가려 했고, 아닌 친구들은 어색하게 수업만 진행하는 게 겨우였다.

난 이제 주제 파악을 하기로 했다. 나는 아직 재밌는 수업을 할 수 없다! 재밌거나 수업을 잘 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당연히 후자이니 일단 수업을 잘 하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래서 지금은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코딩을 잘 할 수 있을지 더 흥미를 가질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학원에서는 거의 매달 월말평가를 진행한다. 나는 엔트리와 파이썬 모두 직접 문제를 만들어서 월말평가를 진행한다. 내가 집중해서 가르친 부분이 있기도 하고 아이들이 부족한 부분을 찾아내기 쉬울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얼마 전, 파이썬 월말평가를 처음으로 진행했고 내 예상과는 달리 아이들은 저조한 성적을 받았다. 학생들이 수업을 항상 잘 따라와줬기 때문에 높은 점수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뭔가 이 성적이 나의 수업 능력에 대한 점수 같았다. 큰 충격을 받은 나는 수업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학생들이 잘하고 열심히 하긴 하지만 결국 이 친구들은 초등학생이다. 많은 영어를 외워야 하는 파이썬을 한 번에 많은 범위를 가르쳐선 안 됐다. 잘 따라온단 착각에 이론 위주의 진도를 훅훅 나갔었고, 덕분에 아이들은 이전에 했던 내용들을 금방 까먹거나 비슷하게 생긴 예약어들을 헷갈려했다. 그래서 수업 속도를 늦추고 복습을 더 늘렸다. 원래도 수업 초반에 복습을 먼저 하고 시작하긴 했으나, 너무 방대한 진도 탓에 확실한 복습을 하지 못 했던 거 같다.

이론 위주로 하던 수업도 실습 위주로 하기로 했다. 기존 수업방식은 'Do it! 첫 파이썬'이라는 교재로 이론을 진행하고 교재 내부에 있는 코딩 문제들을 풀어보고 바로 다음 이론으로 넘어갔었다. 그러나 지금은 동일하게 진행하되 적은 진도를 나가고 남은 시간에 내가 직접 문제를 내거나 백준 등에서 찾아온 문제들, 책에서 풀었던 문제의 응용버전 등등 여러 문제들을 직접 풀어보면서 문법이나 예약어들을 익히고 있다. 아직 시작한지 얼마나 큰 변화가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확실히 이전보다 아이들이 어느 부분에서 약한지는 알 수 있었다. 사실 오늘도 아이들이 약한 부분을 찾아냈다~~! 약점들은 메모해놓았고 다음 시간에 여러 문제들을 기반으로 다시 풀어보게 할 예정이다.

 

사실 내가 잘 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다. 이 친구들이 나로 인해 코딩에 흥미를 갖게 될지 아님 잃게 될지 사실 좀 불편한 마음도 있다. 조금 부진한 친구가 있으면 내가 못 가르친 탓인지 좀 더 노련하고 실력있는 선생님이 가르쳐 주셨으면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을 할 때도 많다. 그렇지만 일단 나를 믿고 더 노력해보기로 했다. 가끔 어려운 문제에 막혀 자신의 실력을 의심하는 학생들이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친구들에게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아직 어리니 못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그럼에도 계속 노력하는 것이 좋은 자세라고 말한다. 생각해보니 지금 나에게도 어울리는 말인 거 같다. 사실 이 일은 알바이기 때문에 언제까지 하게 될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당장은 이 일이 굉장히 즐겁다. 그러니깐 일단 열심히 해보자구~~